더배러_타래
타래의 블로그(미사용)
더배러_타래
전체 방문자
오늘
어제
  • 분류 전체보기 (50)
    • 공부법과 육아 (2)
      • 문해력, 독해력 (0)
      • 공부법 (2)
    • 파이프라인 (30)
      • 경제 신문 읽기 (29)
      • 재테크 공부 (1)
    • 자기계발 (3)
    • 일상이야기 (11)
      • 서평 (3)
      • 끄적끄적 (8)
    • IT (1)
    • 취미 생활 (2)
      • SUP 패들보드 (0)
      • 윙포일 (1)

블로그 메뉴

  • ABOUT
  • 홈
  • ADMIN

공지사항

인기 글

태그

  • 비염
  • 고3
  • 윙서핑
  • 레노버
  • 윙포일
  • 90년대
  • 포일보드
  • 10개월
  • 에러
  • 아버지
  • 다른세계의나
  • 공부법
  • 행복
  • Lenovo
  • 침
  • 레노보
  • 쭈글쭈글
  • 수능
  • 1962
  • 성공기

최근 댓글

최근 글

티스토리

hELLO · Designed By 정상우.
더배러_타래

타래의 블로그(미사용)

일상이야기/끄적끄적

소머리국밥 좋아하세요?

2020. 1. 21. 17:23

  어렸을 때부터 저는 비염이 무척 심했어요. 정말이지 마신 물이 그대로 코로 나오는 것처럼 줄줄줄 맑은 콧물이 나오곤 했죠. 이비인후과를 가면 코를 뚫어주는 막대기를 한쪽 콧구멍에 두 개씩 꽂곤 했어요. 어른도 막대기 한 개가 코에 들어가면 고통스러워하는데 저는 두 개를 꽂고도 태연히 앉아있을 수 있었죠.

  알러지라는게 사실 치료법이 딱히 있는 건 아니잖아요? 90년대 초반에는 더욱더 그랬겠고요. 알약 5개를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어도, 매일 같이 양쪽 코 합쳐 4개의 막대기를 꽂아도 야속할 만큼 콧물은 줄줄 나왔어요. 코로 숨을 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어디선가 비염에 좋다는 치료법이 있다고 하면 부모님은 이것저것 시도하곤 했었죠. 참 많았었는데 생각나는 건 2개밖에 없네요. 한 개는 9번 구운 죽염을 바나나우유 빨대에 넣어 콧구멍 속으로 불어넣는 거였는데요 한 달 동안 눈물 콧물 흘렸으나 효과는 없더라고요. 콧구멍을 절이는 듯한 고통 외엔 남는 게 없었어요. 콧구멍에 소금을 가득 넣고 따가워서 방방 뛰던 제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시던 엄마의 모습도 떠오르긴 하네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차에 저를 태우고 어디론가 달려가시더라고요.
“침술로 유명하신 스님이 계시대.”
  침이라는 말에 그대로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바로 얼마 전 9번 구운 죽염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침이라니요. 침울한 표정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던 저에게 아빠는 돌아오는 길에 소머리 국밥을 사주신다고 굳게 약속하셨어요.

  비염으로 막힌 코 사이로 향냄새가 비집고 들어왔어요. 아빠 다리를 하고 앉은 스님의 무릎을 베고 누워 스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미소를 머금은 스님의 표정과 달리 스님의 한쪽 손에 들린 침은 무시무시했어요. 스웨터 짤 때 쓰는 큰 바늘과 같은 사이즈더군요.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아. 알겠지?”

  대침을 든 스님의 손이 가까워지자 두 눈을 질끈 감았죠. 침이 코 안쪽 연골에 닿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리곤 순간 침이 우두둑 소리를 내며 연골을 뚫고 들어왔어요. 코 안에 불이 붙더군요.  너무나 큰 고통에 으앙 하고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그전에 다른 쪽 연골도 우두득 소리와 함께 뚫려버렸지요. 어떻게 하나요. 울어야죠 그냥.

  묵묵히 바라보고 계시던 아빠는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시주 상자에 넣고 스님께 정중히 인사를 드린 후 제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셨어요. 훌쩍이는 저에게 처음엔 피가 검붉지만 점점 피의 색이 선명한 빨간색이 되면 비염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리곤 암자 옆 소각장 불길 속에 제 코피가 묻어 있는 휴지를 던져주셨어요. 그러면 마음이 홀가분해지더군요. 이제 남은 건 맛있는 소머리국밥 뿐이니까요.

  지난주 자주 가는 호흡기 내과에 가서 진료 예약을 하고 옆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에 갔어요. 후후 불며 소머리 국밥을 먹다 보니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물론 침 맞는 것도 두 계절이 지나기 전에 끝나버렸지만 갈 때마다 아들을 달래려 ‘소머리국밥에 공기밥 추가’를 외치시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요. 그래서인지 전 소머리국밥이 무척 좋아요.

'일상이야기 >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른 세계의 내가 준 깨달음  (0) 2020.02.12
가습기를 닦다가  (0) 2020.01.21
도미노 인생  (0) 2020.01.21
나이  (0) 2020.01.21
쭈글쭈글  (0) 2020.01.21
    '일상이야기/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습기를 닦다가
    • 도미노 인생
    • 나이
    • 쭈글쭈글
    더배러_타래
    더배러_타래
    여러분이 가진 구슬을 이어주는 실, 타래입니다.🪢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