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글쭈글

    쭈글쭈글

    어렸을 땐 밥 빨리 먹는 것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뭔가 능력이 있어 보였거든요. 사실 잘하는 게 별로 없었어서 그랬는지 몰라요. 빨리 먹는 게 제일 만만해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빨리 먹으려 노력했어요. 씹는 횟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빨리 삼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빨리 삼키면 그만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많이 먹고 빨리 먹을수록 주변 어른들은 박수를 쳐줬어요. Success!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을 빠르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이든 많이 경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빠르게와 많이'는 '바르게와 깊게'의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몰랐네요. 이건 마치 여행지 이곳저곳을 부리나케 달려가 깃발만 꼽고 나오는 것 같은, 주요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고 바로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