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쭈글쭈글
어렸을 땐 밥 빨리 먹는 것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뭔가 능력이 있어 보였거든요. 사실 잘하는 게 별로 없었어서 그랬는지 몰라요. 빨리 먹는 게 제일 만만해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빨리 먹으려 노력했어요. 씹는 횟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빨리 삼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빨리 삼키면 그만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많이 먹고 빨리 먹을수록 주변 어른들은 박수를 쳐줬어요. Success!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을 빠르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이든 많이 경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빠르게와 많이'는 '바르게와 깊게'의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몰랐네요. 이건 마치 여행지 이곳저곳을 부리나케 달려가 깃발만 꼽고 나오는 것 같은, 주요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고 바로 다음..
소머리국밥 좋아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비염이 무척 심했어요. 정말이지 마신 물이 그대로 코로 나오는 것처럼 줄줄줄 맑은 콧물이 나오곤 했죠. 이비인후과를 가면 코를 뚫어주는 막대기를 한쪽 콧구멍에 두 개씩 꽂곤 했어요. 어른도 막대기 한 개가 코에 들어가면 고통스러워하는데 저는 두 개를 꽂고도 태연히 앉아있을 수 있었죠. 알러지라는게 사실 치료법이 딱히 있는 건 아니잖아요? 90년대 초반에는 더욱더 그랬겠고요. 알약 5개를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어도, 매일 같이 양쪽 코 합쳐 4개의 막대기를 꽂아도 야속할 만큼 콧물은 줄줄 나왔어요. 코로 숨을 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어디선가 비염에 좋다는 치료법이 있다고 하면 부모님은 이것저것 시도하곤 했었죠. 참 많았었는데 생각나는 건 2개밖에 없네요. 한 개는 9..